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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스크림

겨울의 시작 늦은 꽃게탕


평일 출장을 마친 남편은 주말엔 집으로 퇴근한다.
그러나 나는 주말에도 여전히 육아 총량은 같고 가사는 덤으로 따라온다. 주말은 빨간 날이 아니라 힘든(빡쎈) 날이다.
전부터 게타령을 하는 남편을 위해 꽃게탕을 준비한다.
베베는 낮잠을 자고 그 옆에 누운 남편은 휴대폰을 만지며 홈플러스는 대게를 손질해서 쪄가지고 배달해 준다더라 , 킹크랩도 가격이 많이 싸졌다더라 하는 소리를 해댄다. 사실 난 킹크랩도 대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냥 꽃게가 제일 맛있다며 킹크랩도 대게맛도 모르는 남편에게 단념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기로 했다.

꽃게를 손질해서  된장을 넣고 무와 각종 야채 양념장을 넣어 팔팔 끓인다. 당장 먹는 것보다 한 김 식힌 후 다시 끓여 먹어야 맛이 더 진하고 풍부해진다.

게살을 야무지게 발라서 아기 식판에 그리고 남편 밥그릇에 올린다. 갑각류를 먹는 날에는 언제나 나는 식어버린 밥의 주인이 된다. 누군가를 챙기고 돌본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나의 시간을 그리고 나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것이구나 우리 엄마 마음도 이러했겠구나. 엄마도 식은 밥을 드셨겠지?  다음 생에는 게살과 새우를 발라 먹을 수 있는 남편 아니 발라주는 상대를 만나야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생은 틀린 것 같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을 식은 밥을 먹으면서 했던 것 같다.  모처럼 잘 먹는 남편을 바라볼 여유는 있었다. 진짜 잘 ~ 먹는다. 너도 먹어 ~ 하는 남편의 말이 뒤통수를 간지럽힌다.
수저라도 주면서 말하면 진심으로 다가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얼른 베베 밥을 먹이고  밥을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주말엔 칼로리 소비가 많으니 얼른 먹어둬야지 꽃게를 3kg 샀으니 앞으로 식은 밥 3번은 더 먹겠네?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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